공익 민원이냐 사적 로비냐…김승원 '신약 청탁' 재수사 가를 쟁점 셋
(서울=뉴스1) 한수현 장시온 기자 =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코로나 신약 로비 의혹' 재수사는 공익 목적의 민원인지, 사적 청탁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금품 요구·약속 여부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앞서 검찰은 이 의혹 관련 김 후보자의 알선뇌물약속 혐의에 대해 피의사실은 인정되나, 뇌물에 대해 실제 수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기소유예 처분했다.
'기소유예 처분' 불기소 결정서에 "피의사실은 인정되나 위법 단정 어려워"
8일 서울경찰청은 언론 공지를 통해 김 후보자와 김강립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직권남용, 청탁금지법 위반, 직무 유기 등 혐의에 대한 고발 사건을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2021년 지인 양 모 씨의 청탁을 받고 김강립 당시 식약처장에게 제약업체 제넨셀의 코로나 치료제 임상시험을 신속 처리해달라고 했다.
양 씨는 지난 2021년 10월 제넨셀 대표 강 모 씨로부터 코로나19 신약 임상시험 계획 승인이 이루어지도록 도와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검찰 조사 결과 양 씨는 김 후보자에게 신약의 개발 현황 자료를 이메일로 전송하고 2021년 10월 8일에 "엉아(김 후보자) 처장님께 말씀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오케"라고 답한 뒤 김강립 처장에게 "실무자들이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부탁한다. 국부 유출도 걱정돼 말씀드린다"며 업체명을 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해 10월 26일 해당 임상시험 계획이 승인되며 김 후보자의 연락으로 승인이 앞당겨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강 씨는 그해 12월 31일 김 후보자의 후원 계좌로 500만 원을 송금하려고 했으나 후원 한도가 모두 차 돈을 보내지 못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서울서부지검은 양 씨와 제넨셀 최대 주주 강 씨를 기소했으나 김 후보자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기소유예 처분은 혐의는 인정되나 재판에는 넘기지 않는 처분을 말한다.
검찰은 김 후보자의 불기소 결정서에서 "피의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국회의원인 김 후보자가 식약처장에게 임상시험 계획 승인을 신속히 처리해달라는 취지로 부탁한 것을 두고 청탁 자체가 위법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한 실제 김 후보자가 뇌물(500만 원)을 수수하지 않았고, 약속한 금액이 비교적 크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뇌물 공여자에 해당하는 양 씨, 강 씨가 뇌물공여약속 등을 기회로 추가적인 범행으로 나아갔고, 이를 통해 거액의 재산상 이익까지 얻었으나 김 후보자가 이 부분까지 가담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와 관련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김 후보자에 대한 기소유예 처분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한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서울서부지검은 당초 김 후보자에게 징역 8개월을 구형할 예정이었다"며 법무부와 대검에 관련 소명을 요청했다.
법조계 "혐의 충분히 인정", "다른 처분 나오기 어려워"

이러한 김 후보자의 의혹에 대한 고발 사건이 영등포경찰서에 배당되면서 김 후보자에 대해 어떤 처분이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에서는 △공익 목적 민원 해당 여부 △김 후보자가 양 씨에게 금품을 요구·약속한 것으로 볼 수 있을지 여부 △청탁에 대한 대가성 유무 등이 수사기관의 처분을 가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이미 기소유예 처분을 통해 검찰에서는 혐의가 인정된다고 봤고, 양 씨의 청탁이 '공익 목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고발된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가 인정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태원 법무법인 LKB평산 변호사는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으로는 사적 청탁 쪽에 무게가 실린다"며 "알려진 바와 같이 김 후보자가 500만 원의 후원금을 약속했으나 실제로 받지 않았더라도 청탁금지법에서는 금품 수수뿐 아니라, 요구·약속 행위도 금지하고 있으므로 실제 수수 없이 약속만으로도 혐의가 성립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500만 원의 후원금이 김 후보자의 계좌로 들어가지 않았다고 하지만,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액을 언급하고 식약처장에게 연락했기 때문에 혐의는 충분히 성립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청탁금지법 제8조 제1항에서는 공직자 등은 직무 관련 여부 및 기부·후원·증여 등 그 명목에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 원 또는 매 회계연도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다만 처벌로까지 이어지기 위해선 재수사 과정에서 직무 대가성 및 사적 목적의 존재 여부를 입증하는 증거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공익 목적 민원의 예시는 도로 확장 요청, 어린이 보호구역 설치 요청 등 불특정 다수를 위한 민원이 이에 해당한다"며 "사사로이 전화해서 처리하는 방식은 청탁에 가깝다고 보이고, 김 후보자에 대한 민원은 공익 목적보다는 사적 청탁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어 "후원금 계좌번호를 알려주는 행위 자체는 통상적인 일이어서 이것만으로는 청탁금지법 구성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며 "기소유예 범위를 초과하는 새로운 혐의가 입증될 경우에만 김 후보자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고, 그렇지 않으면 처벌이 어렵다"고 부연했다.
반면 이미 기소유예 처분이 이뤄진 만큼 재수사를 통해 문제 삼기는 어려울 거란 의견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여러 가지 고려를 통해 기소유예 처분이 이뤄진 사건에 다른 처분을 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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