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했을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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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국민 신뢰를 바탕으로 오직 양심에 따라 법을 집행하는 공정한 경찰이다."
지난 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어울림마당, 전국 경찰 지휘관들이 굳은 표정으로 나란히 섰다. 이윽고 손에 든 경찰헌장을 한 문장씩 차분히 읽어 내려갔다. 뒤편 대형 화면에는 '경찰이 부족했습니다'라는 문구가 크게 걸렸다. 그 아래에는 '뼈저린 반성과 철저한 쇄신으로 경찰을 기본부터 다시 세우겠습니다'라는 다짐이 적혀 있었다.
이날은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취임한 날이었다. 통상 취임날이면 앞으로의 구상이나 목표를 밝히기 마련인데 김 직무대행은 전국 지휘관들을 한 자리에 불러모아 고개부터 숙였다. 경찰청은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조직을 기본부터 바로 세우겠다는 쇄신 의지를 다지기 위해 회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김 직무대행의 파격 행보는 이어지고 있다. 취임 당일 오후에는 제주로 내려가 허위종결 사태를 빚은 실종 사건 현장을 찾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이어 실종 수사 쇄신을 1호 지시로 내렸고 이튿날에는 후속 대책을 직접 챙겼다. 지난 주말 이틀 동안에도 출근해 업무보고를 받으며 주요 현안을 점검했다. 조직과 제도는 물론 현장 업무수행 방식과 조직문화까지 원점에서 들여다보겠다고도 예고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김종철이 달라졌다"는 말이 나온다. 평소 신중하고 자신을 앞세우기보다 맡은 일을 뒤에서 묵묵히 챙기는 스타일로 알려졌던 그가, 직무대행을 맡은 뒤에는 앞장서서 조직을 강하게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그 이면에는 경찰이 처한 상황에 대한 절박함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 실종사건과 장윤기 사건 등 잇따른 부실수사와 비위 논란으로 경찰에 대한 불신이 어느 때보다 깊은 상황이다. 김 직무대행과의 근무연이 있는 한 경찰관은 "그가 아무래도 단단히 결심을 한 것 같다"고 했다.
다음달 형사사법체계 개편을 앞둔 지금 국민은 어느 때보다 경찰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위기이지만 역으로 신뢰를 다시 쌓을 기회일 수 있다. 몇 차례의 현장 행보와 쇄신 선언만으로는 무너진 신뢰가 돌아오지는 않는다. 결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결과로 증명해야 할 것이다. 김 직무대행이 취임 초 보여주고 있는 행보가 한때의 바람에 그칠지, 경찰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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